의대 조직학 실습 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양질의 정상 조직 슬라이드가 항상 모자란다는 겁니다. 정상 인체 조직은 구하기도 어렵고.. 설사 구해서 100장쯤 제작했다 하더라도 매년 조금씩 파손되고 염색이 퇴색해서 결국 학생 모두에게 대여해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상조직학 실습을 보완 목적으로 활용합니다. 실물 현미경 실습 + 가상조직학 실습입니다. 가상조직학 표본은 파손 걱정이 없습니다. 디지털 데이터이기 때문에 전산실이나 개인 컴퓨터로 모든 학생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학교별로 가상조직학 시스템을 구축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미국 대학 가상조직학 사이트를 주로 활용합니다. 스캔할 표본도 마땅치 않고, 기계도 없고. 서버 구축할 돈도 없어요..
현재는 강의실과 강당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학생들은 조별로 노트북컴을 준비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학교 전산실이 사실상 폐쇄 상태라서..
현재 제가 수업에 활용하는 사이트는..
1. 미네소타 의대 조직학 교수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http://www.histologyguide.org
장점은 조직 사진 해상도가 높고, 학생이 활용하기 쉽다는 거.. 실습서(아틀라스)를 구입할 수 있고..
단점은 약 50년 전 제작한 HE 염색 표본이 대부분이어서 절편이 비교적 두껍고 헤마톡실린 염색성이 지금과 다르다는 거.. <-- 현재 거의 사용하지 않는 regressive type의 헤마톡실린을 사용한 거 같습니다.
2. 미시간 의대 공식 웹사이트
http://histology.medicine.umich.edu/resources
미시간 의대 조직학이 원래부터 유명합니다. 조직 표본 질도 우수하고, 권위있는 교수들이 작성한 설명도 좋습니다. 단 조직학을 처음 배우는 한국 학생이라면 이용하기가 조금 불편할 겁니다. 좀 어렵습니다.
고맙게도 이 두 웹사이트는 외부인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가상조직학 사이트는 외부인에게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가난한 시골 의대 학생들도 미국 명문의대 수준의 조직학 실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소규모 의대나 한의대에 주로 추천합니다. 잘 활용하면 서울의대나 연세의대보다 수준 높은 조직학 실습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두 웹사이트 담당자들께 매우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http://www.mbfbioscience.com/biolucida-medical-education
Biolucida라고 하면 아는 분들은 아시는 유명한 histology/pathology virtual slide set이죠.
밑으로 주욱 내려서 free viewer를 다운받으면 Iowa 대학교 virtual slide set을 전부 이용할 수 있습니다.
http://medicalschoolpathology.com/
여기 들어가면 Dr. Minarcik이라는 분이 저 virtual slide를 하나하나 전부 설명하신 동영상 강의(!)도 있지요.
이 분은 매년 Robbins 교과서 강의도 하시는데 저도 몇 번 듣고 하다 보니 개인적인 친분도 생겼습니다.
조직학이나 병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용할 수 있겠지만 조직학에 이 정도 시간을 투자할 의대생이 몇이나 될지...
일단 슬라이드를 스캔하면 파일 하나의 크기가 커서 이미지 하나 랜더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배율을 10x에서 40x로 바꾸는 거도 일반 현미경에 비해서 느리고...
그런데 최근 병리과에서 slide를 전부 스캔 후 판독하는 시도를 몇몇 기관에서 했다고 하더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virtual slide가 기존의 현미경 방식보다 반응이 느려서 전체적인 일처리 속도도 느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몇몇 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지체가 되지는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기계가 좋아지니 스캔 속도도 빠르고...
AI를 이용한 병리판독의 성적을 보면 specificity는 아직 낮지만 sensitivity는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정말 머지않아 특정 분야에선 병리의사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도 있겠구나 싶긴 했습니다.
https://www.amazon.de/gp/product/3437419781/ref=ox_sc_saved_image_1?smid=A3JWKAKR8XB7XF&psc=1
그런데 곧 의사 국시가 온라인 시험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전산실 장비를 교체하려 하는데.. 예산 때문에 태블릿PC로 바꾸는 걸 고려하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가상조직학 실습을 태블릿PC를 할 수 있는지 학과장이 제게 물어보는군요.
제가 확인해본 바로는 아이패드는 대다수 가상조직학 웹사이트에 부적합합니다. 아이패드는 플래쉬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제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갖고 있는 1학년 학생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갖고 있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윈도우 노브툭 및/또는 아이패드를 갖고 있답니다. 성균관대 의대는 안 그럴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제 크롬북으로는 가상조직학 웹사이트를 모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최근에 나온 이야기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포기하고 크롬 태블릿으로 간다..는 소문이 있답니다.
그런데 MS는 안드로메다라는 OS를 쓰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소문이 있답니다. 이게 구글의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군요.
앞으로 학교 전산실이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능해지겠습니다.
항상 조직학 사진 볼 때마다 '이게 그건가' 아리송하고, 또 구글 이미지검색해도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는데
확실한 reference가 생긴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