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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ccinator는 얼굴 근육 이름이죠. 어원은 trumpeter(나팔수)입니다. 나팔 불 때 이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겁니다. 한글 용어는 볼근, 한자 용어는 협근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유명해진 어느 재벌 일가가 '울음고니'를 몰래 들여온 거 아니냐..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울음고니(휘파람고니)'는 영어 trumpeter swan을 번역한 겁니다. 그리고 이 고니(백조)의 학명은..
바로 Cygnus Buccinator입니다. 북미 지역에만 사는 걸로 압니다.
요즘 의대는 해부학 수업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최근 몇 년은 얼굴 표정근육 시간에 '울음고니'를 언급하지 않아왔는데.. 올해 갑자기 매스컴을 타는 바람에 학생들에게 buccinator의 어원을 이해시킬 목적으로 지난 주 수업 때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모의대 수업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교수가 잘린다..'는 농담을 덧붙였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Trumpeter_swan
화이자에서 triazolam의 오리지날 약인 할시온(halcion)을 생산하는데 이것도 형용사 halcyon에서 온 거고, 이 단어는 그리스 신화 알시오네(Alcyone)의 일화에서 유래됐죠. Triazolam이 제법 강력한 수면진정제로 사용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약 이름 참 잘지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녹내장(Glaucoma)은 blue, green, light gray라는 뜻의 그리스어 glaukos에서 왔는데, 이걸 일본에서 녹내장으로 번역한 것을 우리나라에서 수입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해서 생기는 질환인데 녹색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학생 때 궁금했었는데, 실제로 acute angle glaucoma에서 pupil이 녹색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군요. Ophthalmoscope가 널리 쓰이기 이전 19세기까지도 acute angle glaucoma의 임상상으로 greenish pupil이 자주 기술되기도 했고... 한편 올빼미(owl)의 그리스 어원 glaux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