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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학 마지막 시험이 끝났습니다. 이제 발생학 5주만 남았습니다.
조직학 마지막 실습시험을 채점했는데, 학생 중 절반 이상이 한 문제에 '진대'라고 답을 썼습니다. 중고딩 생물 시간에 '진대'라고 배웠답니다. 제가 예상한 이 문제 영어 용어 정답은 ciliary zonule, suspensory ligament of lens, zonular fiber, zonule 등입니다.
근데 이게 왜 '진대'냐 하면.. 명명한 학자 이름이 Zinn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일본 교과서에서 Zinn을 가타가나로 적고 '대'를 한자로 적었던 걸, 한국 교수들이 한글 교과서로 옮기는 과정에 '진대'로 둔갑했다고 추정합니다.
해부학회 제정 우리말 용어는 섬모체띠나 수정체걸이인대입니다. 이게 그 구조나 기능을 잘 설명해주기 때문에 진대보다 좋은 용어입니다.
만약 채점 교수가 Zinn을 몰랐다면, 진대라고 쓴 학생은 0점 처리되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교수님의 답답한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지금 당장 '수정체 진대 모양근'이라고 검색해봐도 다양한 그림들이 뜨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예전에 '진대'로 교육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헷갈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KMLE엔진에도 Suspensory ligament of lens라 검색하니 동의어로 Zinn's zonule이라 나오네요.
구조를 머리에 그리고 기능에 따라 용어를 이해하는 방식도 요즘에서야 이해하고 활용합니다만, 처음 어마어마한 양의 terminology를 배울 때에는 짧은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무조건 짧은 것으로(특히 한글텀으로) 외웠던 기억도 있습니다.
다만 확실히 교수님 말씀처럼 이해하는 데에는 다른 용어가 더 적합한 것 같네요, 앞으로 학자들이 스스로들의 이름 등을 붙여놓은 term들은 풀어서 한번 이해해보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
근데 이런 용어 혼란 내지 혼동은 해결하기 힘들 겁니다. 국내 학회 간 용어 통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만에 하나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면 지금도 일본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을 겁니다. 제 이름도 이등박문이나 일본 왕자 이름을 따서 지었거나 마쓰이 마사카츠나 마쓰이 아키히로가 되었을 수도^^
만약 50년 후에 중국이 경제/군사/정치/의학 모두 세계 최강국이 된다면 영어 용어 대신 중국식 생물학/의학용어를 새로 배워야할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