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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와 골반의 surface anatomy에 관한 질문입니다.
간호학과 교재로 쓰던 Martini 해부생리학 책에는 임상에서는 배와 골반을 4등분하는 quadrant를 많이 쓰고, 아홉 부위(hypochondriac, epigastric, lumbar, umbilical 등)로 나누는 체계는 해부학자들이 많이 쓴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의학용어 교과서에는 임상에서 아홉 부위를 많이 쓴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 요즘 임상에선 어떤 걸 많이 씁니까? 제가 환자 실습한 지가 너무 오래 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4등분을 더 많이 쓰냐 9등분을 더 많이 쓰냐에 대해 굳이 답을 하자면 제 느낌으로는 4등분을 더 많이 쓰긴 합디다만...
보통 Abdominal pain의 위치를 기술할 때 이런 descriptor를 많이 이용하는데요
"중심부"는 보통 visceral pain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 epigastric, umbilical과 같은 9등분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가측"은 보통 somatic pain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RUQ, RLQ, LUQ, LLQ와 같은 용어를 많이 사용하더군요.
그리고 iliac보다는 inguinal을 hypogastric보다는 suprapubic을 훨씬 많이 봤습니다.
이를테면 Angina나 GERD같은 병의 경우 epigastric 혹은 substernal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Gallstone같은 경우 RUQ도 right hypochondriac도 가능하지만 RUQ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Pancreatitis같은 경우 Periumbilical 혹은 umbilical 이렇게 표현하고
Appendicitis는 어찌보면 Right iliac, right inguinal, RLQ모두 가능하지만 RLQ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Cystitis에서는 Hypogastric보다는 suprapubic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Ureter stone은 역시 iliac, inguinal, RLQ or LLQ 모두 가능하지만 inguinal을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외도 없지 않았습니다.
Lumbar는 right lumbar/left lumbar보다는 lower lumbar라고 해서 back pain을 기술할 때 훨씬 많이 사용하는듯 합니다.
옆구리 통증은 보통 pyelonephritis같은 경우에 나오는데 lumbar보다는 Right/left flank pain을 더 많이 사용하고요.
항상 RUQ혹은 LUQ로 써 왔고 정신과에서 유일하게 hypochondriasis를 배우면서 쓴 거 같습니다.
Hypochondriasis가 예전엔 신경증이 횡격막 혹은 갈비뼈 아래에 부위에서 유래된다고 믿었기에 그리 썼다고 합니다만...
지금에 와서는 misnomer일뿐더러 부정적인 어감도 강해서인지 DSM-5 와서는 illness anxiety disorder로 바뀌었더군요.
전에는 의대 있는 간호학과는 기초의학 수업을 의대 기초의학 교수들이 맡아서 했는데, 10~20년 전부터 간호학과 교수들이 담당하는 추셉니다. 서울의대는 세기말 전후에 그렇게 되었고, 강원의대도 3년 전인가부터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된 주된 이유는 '간호사로서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입니다. 이 말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기초의학 교수들은 대부분 임상의학 경험이 없는 분들이라서 실무 지식에 약합니다.
저도 의대 졸업하고 10년쯤 지나니까 임상의학 흐름과 병원 실무에 무식함을 실감하겠더군요. 그래서 최신판 미국 간호학과 해부생리학 교재인 마리엡이나 마티니 등을 보고 참고해서 가르치려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교재 선택권이 제게 없으니까 결국 구식 해부학 책으로 가르치게 되고, 마리엡이나 마티니로 가르치면 적지 않은 한국 학생들은 양이 많고 어렵다고 불평을 합니다. <-- 수업평가에 그렇게 쓰는 학생이 간혹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봐선 한 학기 3학점 강좌에 400쪽 넘는 교재는 간호학과 학생들이 버거워 합니다. 근데 마리엡이나 마티니 원서는 요약판(미국 한 학기 교재)이 700~800쪽입니다. 오리지날(미국 두 학기 교재)은 1000쪽이 넘고..
의대생들도 해부학 교과서 거의 안 봅니다.. 저도 더 이상 책 보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간호학과나 보건대 해부학 수업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어, 간호학과 교재 만들던 일도 대폭 줄여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세세한 detail을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워낙 양이 방대하다보니 평생 전부 다 기억할 순 없겠죠.
교과서 다 보는 속도보다 새 판이 나오는 속도가 더 빨라서 허허...
제가 예과 2학년 2학기때는 의학입문 I, II 각각 3학점 도합 6학점짜리용 교재가 Tortora의 해부생리학 교과서였는데 그게 1300페이지짜리였죠.
그래도 예과는 본과보단 시간이 좀 남아서인지 의외로 그 교과서를 '다 읽은' 학생이 좀 있었습니다.
해리슨 같은 임상교과서보다 양이 적기도 하고 글자도 크고 그림도 많으니 실제 다 읽는게 불가능하진 않다는 거죠.
저도 그랬지만 그런 친구들 후에 물어보니 예과 때 그 교과서 다 읽은게 본과 때 계속 도움이 됐다고 말하더군요.
그래도 시간이 되면 책을 다 읽고 싶고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적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다만 내일 모레 있을 시험 때문에 그 뜻을 꺾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