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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생물에서 간단하게 탄수화물대사(citric acid cycle)를 설명하다가 한글용어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citric acid 은 '구연산, 시트르산' 으로 사용하는데, 둘 다 의미전달이 잘 되지 않습니다.
citric을 의미하는 '구연'은 어려운 한자로써 신맛을 내는 과일류(오렌지, 감귤, 레몬 등)를 총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 산이 가장 많이 드어있는 과일이 레몬이므로 구연산을'레몬산'으로 쓴다면 어떨까요?
예를들어 '포도'당, '엿'당, '젖'산 처럼 쉽게 연상되는 식품이나 과일명을 도입해
말뜻도 잘 모르면서 입시용으로 외워야 하는 유명한 '구연산회로'를 '레몬산회로'로 쓰면 이상할까요?
구연산처럼 일본 학술용어엔 우리가 안 쓰는 한자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용어는 그 의미를 쉽게 연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본식 한자 용어는 전혀 그렇지 않죠. 일본 해부학용어 '비골'은 뭘 가리킬까요? 음이 비골인 한자 용어가 둘 있는데, 둘 다 한자로 쓸 수 있는 한국 의사/의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성조 구분해서 정확히 발음하는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레몬산으로 개정하는 건 힘들 겁니다. 반대가 심할 겁니다.
전 그래서 영어용어 위주로 가르칩니다. 학생들에게 용어로 스트레스 주기가 싫어서입니다. 하지만 의사가 되려면 기본적인 건 한글/한자 용어도 알아야 환자랑 의사소통할 수 있습니다. 의사국시도 마찬가지고..
모 원로 교수께서 농담으로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요즘 한글 의학용어 선호하는 사람은 '종북좌파' 취급받는다고..^^
몇년 전 TV에서 들은 이야깁니다. 운전면허 시험문제에 '도로 결빙시'라는 말을 꼭 써야 하느냐고.. '길이 얼었을 때'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알아듣는데..라며 한국에 시집 온 아시아 아줌마가 말합디다.
동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은 '일부러 어렵게 써서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미국 어느 로스쿨 교수가 비판한 바 있답니다.
기독교인 중에 '기독'의 뜻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얘기하다가 .....